최근 여러 수험생들과 상담하면서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모 업체에서 수험생들에게 수천만원을 내면 SCI급 논문을 만들어주고, 논문이 있으면 무조건 합격할 수 있다는 식으로 상담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거의 사기에 가깝습니다.
저는 서울대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고, 30여편의 논문을 출판했으며, 최근까지 서울대에서 강의한 학자 출신입니다. 학문 분야에 따라 상대적으로 논문을 쉽게 낼 수 있는 경우도 일부 있지만, 우리 입시에서 활용되는 논문은 화학이나 생물학 등의 과학 분야입니다. 국내의 이름 없는(학술진흥재단에 등재되지 못한 학진등재후보지 등) 학술지에 논문을 내는 것은 가능할 수도 있지만, SCI급 논문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3~4천 만원으로 논문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학계에 대한 모욕이며, 그 업체는 그만한 능력이 있는 곳도 아닙니다.
SCI급 논문이 입시에서 정말 그렇게 중요한 스펙일까요?
차의전원은 올해 입시 1차 전형에서 처음으로 연구 점수 10%를 신설했습니다. 이는 분명 논문 등의 연구 실적을 높게 평가하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현재 1차 전형에 합격한 학생들을 보면 화학이나 생물학 등의 분야에서 석사 학위가 있거나, 학위 과정에서 1~2편의 SCI급 논문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치전원이나 부산대 한의전은 차의전원과는 상황이 다릅니다. SCI급 논문은 서류 전형에서 하나의 평가 요소일 뿐 학교급, 학점, 토플 또는 텝스 점수, MD 점수 등 다른 요소들이 모두 중요합니다. 사실 연구 분야로서 치의학이나 한의학이 일반적인 의학에 비해 그 규모가 훨씬 작고, 지원자들 중 관련 분야의 논문이 있는 경우는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차의전원에서는 SCI급 논문이 1차 전형 합격에 분명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논문 한 편으로 1차 합격이 가능하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지원하는 학생들의 학교급이나 성적, 영어 점수가 매우 높은 편이고 MD 성적도 20%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최근 2년 동안 차의전원의 입학 전형은 매번 크게 바뀌었기 때문에 내년 입학 전형이 어떻게 바뀔지도 전혀 예상할 수 없습니다.
치전원이나 부산대 한의전에서는 연구 성과가 정말 압도적인게 아니라면 SCI급 논문 한 편의 영향력은 별로 크지 않습니다. 치의학, 한의학 관련 경험(봉사, 참관, 인턴, 학회 참석, 세미나 참석 등)을 많이 만들고 이를 꾸준히 실천해 왔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훨씬 임팩트가 큽니다. 저는 실제 대학원 입시에 관여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별다른 백그라운드 없이 논문이 툭 나오는 것은 오히려 부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천만원으로 SCI급 논문을 만들어 준다는 발상이 너무나 경악스럽고, 그 때문에 생각보다 많은 학부모님들과 수험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 같아 이렇게 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돈을 지불하면 논문을 만들어준다는 허위 과장 광고에 절대 속지 마시기 바랍니다! |